MY & YOUR LIFE

月沈沈夜三更 [월침침야삼경]

兩人心事兩人知[양인심사양인지]


달빛이 침침한 삼경에,

두사람의 마음은 두사람만 알겠네.


오늘의 옛 그림은 신윤복의 월하정인[月下情人]입니다.

 

 

이 그림은 너무나도 그리움과 이별을 잘 드러내고 있는 그림입니다.

사랑해서 만났지만 헤어져야 하고, 헤어져야 하지만 그리움이 더 크기 때문에 다시 만나게 되는 사랑을 잘 표현했습니다.


○ 그림 살펴보기

사람 눈썹과도 같은 달이 침침하게 비치고 있는 밤입니다. 눈썹달이 있지만 어둠을 모두 밀어내기는 역부족인 것 같습니다. 전체적으로 어두우면서 담백하게 그렸습니다. 그런데 유독 두 사람의 모습은 선명한 붓놀림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두 사람은 어두운 밤 담벼락 뒤에서 만남을 가지고 있습니다. 조선시대의 문화나 통금제도를 두 사람의 만남은 파격적입니다.  남녀칠석부동석[男女七歲不同席]이 아니었습니까?

남자는 앳된 얼굴로 여인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른손에는 등불을 그리고 왼손은 바지춤 안으로 들어간 것이 무엇인가를 넣는 것인지 꺼내는 것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남자의 왼발은 바깥으로 향해 있어, 헤어지고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여인은 하늘색 쓰개치마를 쓰고 있다. 머리 부분이 조금 의아스럽지만 남자와의 헤어짐을 아쉬워하며 남자쪽을 향했지만 고개를 살짝 숙이고 있습니다.

 

 

○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그림의 흐름

그림이 화첩으로 제작되어 있기 때문에 가운데 접힌 흔적이 있다. 여기서 다시 한번 신윤복에게 감탄을 보내게 된다. 화첩이라고 생각하면 남성의 모습과 얼굴에 눈이 가게 된다. 그리고 그 남성의 눈을 따라 여인의 모습을 보게 되고, 마지막에는 화제[畵題]로 시선이 움직이게 된다. 또한 화제 뒤로는 담벼락이 있어 뭐라고 해야할까? 답답하지만 안정적인 느낌을 주고 있다.


○ 만남은 헤어짐

법화경[法華經]에는 會者定離 去者必返[회자정리 거자필반]라는 말이 있습니다. 만나는 사람은 반드시 헤어지고 떠난 사람은 반드시 되돌아 온다는 뜻인데, 두 사람 지금 이 순간에는 헤어지지만 언제가는 다른 곳에서 다시 만나지 않았을까요?


○ 여인의 머리는 가채인가?

여인의 머리를 보면 조선시대 부녀자 혹은 기생들이 하던 가채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쓰개치마의 윗부분이 많이 올라갔기 때문입니다. 그럼 여인의 신분이 무엇일까요? 유부녀가 외간남자를 만나고 헤어지는 것일까요? 아니면 기생일까요? 하지만 보이지 않기 때문에 속단하기는 어렵습니다.


○ 그림은 그림이다.

이 그림에 등장한 눈썹달로 이 그림의 순간을 과학적으로 해석하기도 하였습니다. 이태형 교수는 월하정인 속의 연인이 만남시각을 1793년 8월 21일 밤 11시 50분이라고 말했습니다. 그 근거로서 달의 모습이 일반적이지 않으며 부분월식이 일어난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승정원 일기 등을 통해서도 월식이 일어났음을 드러내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림은 그림이다. 신윤복이 이 그림이 '사진'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 시대의 화풍이 정확히 보고 그리는 것이라면 다시 생각해 볼 수도 있지만, 당시의 화풍을 생각하면 정확함 보다는 분위기가 더 중요시 되었다. 물론 사실일수도 있겠지만 그 부분은 그림을 감상하는데 참조할 내용으로 그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