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 YOUR LIFE

오늘의 주제는 조금은 색다른 옛 그림에 대해서 포스팅하고자 합니다.

불륜(不倫)에 대한 그림입니다.


월야밀회(月夜密會)로서, 신윤복의 월하정인과 쌍벽을 이루는 작품이면서 묘한 대조를 이루는 작품입니다. 먼저 그림을 보면 화첩 종이에 채색된 그림으로서 28.2 × 35.3㎝크기입니다. 


보름달이 밝게 빛나는 한 밤중에 한쌍의 남녀가 애정행각을 벌이고 있고, 한쪽에서는 이를 바라보고 있는 여인이 있습니다. 어떤 그림일까요? 지금부터 하나씩 알아봅시다.

 

 

먼저, 남자는 전립을 쓰고 남전대를 허리에 두르고 있습니다. 왼손에는 철편 또는 쇠도리깨로 보이는 무기를 들고 있습니다. 이에 이 사람은 포교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남자에 안겨 있는 여인은 어느 여염집의 여인이다. 남편과 자식이 있는 여인이다. 여인의 복장을 보면 알 수 있는데, 남색 끝동에 자주색 고름을 단 저고리를 입고 있었다. 남색 끝동과 자주색 고름의 의미는 다음과 같습니다.


남색 끝동 : 아들이 있음을 뜻함

자주색 고름 : 무병장수와 자손번창. 그리고 남편의 무사

 

 

남자에게 안겨 있는 여인은 오른손을 가슴에 대고 있습니다. 그리고 고개는 남성에게 가 있습니다. 그 이상의 상상은 감상하는 분에게 맡겨 두고 다음 등장인물을 살펴 보겠습니다.

 

 

밀회를 즐기는 두 사람을 누군가가 바라보고 있습니다. 트레머리를 했고 떨잠을 꽂아 장식을 하였습니다. 또한 장옷을 어깨게 걸치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바라보는 것을 들키지 않으려고 발을 벽에 바싹대고 있다는 점입니다. 어떤 사람일까요?

 

 

얼굴의 표정으로 보아서, 이 두 사람을 연결해 준 사람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조선시대에는 하급군관이나 별감들이 기생집을 운영하거나 기둥서방의 역할을 많이 했습니다. 이를 단서로 생각하면, 한 여인은 기생이고 다른 이는 기생이었던 여인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기생이었던 여인이 원했는지, 남자가 원했는지 모르지만 여인이 이를 주선해 주고 이를 몰래 바라보면서 흐뭇해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밀회지만 밀회가 아닙니다.

담장 위에 떠 있는 달이 밝게 빛나고 있습니다. 월하정인에서는 눈썹달이었고, 등불이 없으면 한치도 구분할 수 없는 밤이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는 왜 달이 밝게 빛나고 있을까요?


월하정인에서의 눈썹달이라면 몰래 바라볼 수 있을까요? 또 서로의 얼굴을 마음대로 보고 밀회를 즐길 수 있을까요? 또한 신윤복 역시 이 장면을 잡아 낼 수 있었을까요?


신윤복은 달을 단순히 달로 본 것이 아니라, 이러한 장면을 가능하게 해 준 장치로서 달을 그려 낸 것입니다. 신윤복의 그림에 숨겨져 있는 장치를 보면 나도 모르게 탄성이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