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 YOUR LIFE

신윤복의 노상탁발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노상탁발(路上托鉢)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스님들이 길에서 탁발을 하는 모습을 그린 그림이다.

 

 

탁발은 불교수행법 중 하나로 걸식 수행을 뜻한다. 걸식 수행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자신의 모든 아집과 욕심을 내려 놓고, 자신을 낮추어야 한다. 지금은 잘 볼 수 없는 모습이다. (참조 조계종이 1964년 종무회의를 열어 탁발 금지를 종법으로 정함)


이러한 탁발을 하는 스님이 이 그림에서 네 사람이 보인다. 

머리가 없는 사람은 법고를 두드리고 있으며, 법고 왼쪽에 패랭이를 쓴 사람은 꽹과리, 꽹과리 옆에는 목탁을 들고 탕건을 쓰고 있는 사람이 보인다. 또 머리에 고깔을 쓰고 손에 부채 혹은 부적으로 보이는 것을 잡고 허리를 숙이고 있다.


이 사람들은 분명 탁발을 하고 있으나, 조금은 이상하다. 스님들이 입는 가사가 없으며 일반 백성들의 모습과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이에 많은 사람들이 거사(居士)가 아닐까 하는 의견을 내놓고 있지만, 분명한 것은 절의 사정이 좋지 않아 스님이든 남자 신도인 거사들이 길에서 꽹과리와 목탁 그리고 법고를 두드리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 생계를 유지하지 않으면 않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 그림에서 불교가 배척당하고 유교가 숭상되었던 조선시대의 모습을 읽을 수 있다.


그런데 왜 법고일까?

법고는 부처님의 소리를 전하는 범음구(梵音具) 중 하나이다. 그리고 법고는 축생을 비롯한 땅 위에 사는 모든 중생들에게 불법을 널리 전하고, 그들의 번뇌를 물리치고 해탈에 이르게 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 법고를 포함해서 범종, 목어, 운판을 일컬어 불전사물이라고 한다.


그림으로 돌아와서, 이런 탁발승에게 지나가던 여인이 시주를 하려는 듯 가운데 있는 여자가 치마를 올리고 엽낭을 꺼내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과연 여염집 여인들이 지나가던 스님들을 위해 깊숙히 있던 엽낭을 꺼냈다는 사실이다. 불심이 정말 깊은 것인지 대담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 그리고 이러한 여인을 바라보는 양반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손에는 사면을 들고 있으나, 사면의 의미는 없고, 아예 사면을 내려 놓고 여인들을 쳐다 보고 있다. (사면은 신윤복의 쌍검대무 에서도 볼 수 있다.)


정말 궁금한 것은 이 남자의 얼굴이다. 어떤 얼굴일까?

 

 

신윤복의 그림에는 조선시대의 생활상이 그대로 녹아져 있어,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다양한 생각을 하게 하는 매력이 있다. 이 그림에서 내가 찾지 못한 매력이 없을까 걱정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