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 YOUR LIFE

안녕하십니까?


인생모험입니다.

오랜만에 책 한 권을 들고 나왔습니다. 최소한 일주일에 두 권정도 읽겠다는 다짐을 했건만, 제 자신이 너무 무른 것 같습니다. 제 자신의 모습을 반성하며 책을 소개하겠습니다. 오늘 소개할 책의 이름은 예림당의 조상님들은 일기에 무얼 썼을까?”입니다. 대상은 초등학생과 중학생 대상의 책입니다. 이 책을 읽은 이유는 저희 집에 초등학생 아들이 있어 먼저 읽어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 책은 한국국학진흥원의 선조들의 일기를 모으고 이를 한글로 번역한 자료를 활용한 책으로서 우리 조상들의 진솔한 삶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한국국학진흥원에 대한 내용은 다른 블로그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조상님들은 일기에 무얼 썼을까?]

 

이 책은 이향숙씨가 엮고 김지연씨가 삽화를 그렸습니다. 목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1장 가족 그 따뜻한 이야기

2장 과거 시험, 머나먼 등용문

3장 스승, 만남과 깨우침

4장 전쟁, 혼란의 소용돌이 속에서

5장 우리 산, 그 산마루에 올라

6장 백성, 그 고단한 삶

7장 사행, 압록강을 건너 중국 땅으로

목차에 따라 몇 가지 기억에 남는 이야기를 남기고자 합니다.

 [부모의 사랑]


먼저, 목차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우리 선조들의 삶이 우리들의 그것과 비슷하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가족, 배움, 시험, 여행, 혼란한 국내외정세 등등. 물론 지금과 조금 다른 배경을 가지고 있지만 사는 모습은 비슷하지 않을까요?

유교문화가 강성한 시대라고 하더라도 부모의 사랑은 변함이 없는 것 같습니다. 김택룡(1547~1627 조선 중기 문신)은 그의 아들 대건의 돌날에 겪은 일을 자세히 잘 기록하였습니다. 그의 일기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대건은 상 위에 놓인 물건들이 신기한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맨 먼저 붓을 집어 든다. 대건이 붓을 잡자마자 누군가 큰 소리로 훗날 문장을 업으로 삼을 아이로구나.”라고 외쳤다. 어쩌면 상에서 가장 가까이 놓여 있어 쉬 잡혔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람들은 대뜸 과거에 합격하여 벼슬에 나갈 것이라고 미리들 점친다. 아내가 아들을 대견하게 바라본다. 나도 내심 흐뭇했다. 아이가 영특할 거라는데 싫어할 부모가 어디 있으랴.”

마치 우리네 부모들의 마음과 같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던 조선시대의 가부장적이고 고지식한 아버지의 모습이 아닌, 한 명의 아버지로서의 느낌이 물씬 베어나오고 있습니다. 김택룡의 이러한 마음은 그의 둘째 딸을 출가할 때 다시금 확인할 수 있습니다.

"둘째 딸이 수모(도우미)의 부축을 받으며 다소곳이 나왔다. 족두리를 쓰고 원삼을 입은 딸 아이의 모습이 낯설긴 하지만 그리 차려 입은 걸 보니 곱고 어여쁘다. 저리도 곱게 자란 딸아이를 이제 보내야 한다고 생각하니 잠시 마음이 먹먹해졌다."

그리고 이러한 부모의 사랑은 그의 아들이 죽었을 때도 여지없이 잘 드러나고 있다. 이러한 모습을 볼 때, 우리의 선조들 역시 부모로서 우리들 못지 않게 큰 사랑을 품고 있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배움의 길]


이제 곧 얼마 지나지 않으면 2017학년도 대입수학능력검정심험일입니다. 많은 학생들이 그 날을 위해 실력을 갈고 닦았고, 그러한 모습은 과거에도 똑같았던 같습니다. 서찬규(1825~1905)의 일기를 보면 "(1845년 12월 12월) 시험 날짜를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막상 (과거) 날짜를 받으니 긴장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드디어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중략) 이제껏 애써 왔으니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세라고 서로를 격려하면서 다시 책상 앞에 앉았다."

재미있는 것은 그 때의 과거도 추운 겨울에 실시되었다는 점이고, 공부를 하기 위해 다시 책상 앞에 앉았다는 점이 우리의 모습과 별반 다름이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서찬규는 그 과거시험에 합격해서, 성균관에 입학하고 대과를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그의 스승 홍직필을 만나 배움을 넓히게 됩니다. 그의 일기를 보면 80대의 학자와 20대의 젊은 학자가 나눈 사제간의 정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1852년 3월 20일) 고향으로 돌아가려고 스승님에게 인사를 드렸다. 스승님은 연잎 차 한 첨과 참빗 한 개를 주면서 말씀하셨다. 연잎 차로 마음을 씻고, 참빗으로 묵은 때를 벗기게. 아득히 천리 밖에 있어서 서로 만나기 힘드니, 병든 여든의 늙은이가 어찌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겠는가. 학문의 도는 오직 스스로 힘쓰는 데 달려 있으니, 어찌 스승과 벗들에게만 기대겠는가. 힘쓰고 또 힘쓰게. 스승님은 근심을 차마 떨쳐 버리지 못하셨다. 나도 슬픔을 이기 못해 금세 일어나지 못했다."

홍직필은 그의 제자에게 지식이 아닌 학문의 도를 알려 주었고, 그의 제자 서찬규 역시 그 스승의 마음을 잘 알고 그의 건강을 걱정한 것 같습니다. 참으로 부러운 스승과 제자 사이입니다. 그리고 얼마 후 홍직필이 죽고 그 소식은 들은 서찬규는 대성통곡을 하였으며, 그의 일기를 통해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결론]


이 책은 우리 조상들의 모습을 잘 드러내고 있는 책입니다. 그리고 그들의 삶은 우리의 큰 차이가 없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배경의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6장 '백성, 그 고단한 삶', 7장 '사행, 압록강을 건너 중국 땅으로' 입니다. 물론 필요한 내용이기도 하지만 조선시대의 백성의 삶이 너무 힘들게 묘사되어 있고, 조선이 명의 속국과 같이 그려져 있다는 것입니다. 백성이 삶이 힘들 수 있지만 아름다운 이야기도 있고 희망스러운 이야기도 있을 수 있습니다. 또한 중국과의 관계에서 우리가 힘이 약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이 책을 읽는 대상이 초등학생이나 중학생 정도라고 가정한다면 좀 더 긍정적인 측면에서 다루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따라서 이 책의 나오는 백성의 삶이 그 시대의 전부가 아니며, 이 책의 외교관계가 조선 시대의 전부가 아니라는 점을 기억하고 읽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