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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포스팅 주제는 신윤복의 납량만흥이다.

납량만흥은 그 제목에서 어떤 그림인지 알 수 있다. 납량만흥! 즉 더운 여름 날 피서하는 양반들의 모습을 그린 그림이다. 납량하면, 납량특집 전설의 고향이 떠 오르고 '납량'이 공포물이라고 생각될 수도 있지만 납량은 피서와 같은 말이다.


納凉漫興[納 들일 납, 凉 서늘할 량, 漫 질펀할 만, 興 일어날 흥] 

"서늘함이 함께 있고 흥이 질펀하다" 또는 "피서지에서 흥이 무르익다"


그림을 보면 녹읍이 짙은 것이 여름의 어느 산세가 좋고 시원한 곳으로 생각된다. 가운데에서 양반이 기생과 함께 흥겹게 춤을 추고 이를 구경하는 양반들은 갓의 끈을 풀고 몸을 비틀어서 보고 있다. 그리고 장단을 맞추기 위해 악공들이 연주를 하고 있다.



일단 이 그림은 혜원 신윤복의 다른 그림과 조금 달리 인물 위주의 그림이라기 보다 배경 위주의 그림이라서 신윤복 그만의 특징적인 면이 조금 약하다. 하지만 그 시대 양반들의 여가 문화를 보여 주고 그 시대상을 보여 준다는 점에서 그리고 다양한 인물들의 모습은 한 번쯤은 눈 여겨 보아야 할 것이다.


이 행사의 개최자는 앉아 있는 양반과 함께 춤을 추고 있는 양반으로 생각된다. 특히 기생과 함께 추고 있는 사람의 경우 수염이 있는 것으로 보여 가장 연장자로 보이고 있다. 반면 앉아 있는 두 명의 양반의 얼굴을 보니 아직까지도 앳된 얼굴을 하고 있다. 그런데 앞에 앉아 있는 양반은 서서 춤을 추고 있는 양반 때문인지 몰라도 기생이 잘 보이고 있지 않은 것 같다. 약간 몸을 비틀어 시선을 기생으로 향하고 있다. 또 뒤에 앉아 있는 양반은 날씨가 더운지 아니면 춤에 빠졌는지 갓끈을 풀어 헤치고 이 두 사람의 춤을 바라보고 있다. 두 사람다 기생의 춤에 한껏 매료된 것은 사실인 듯 싶다.


기생은 풍성한 치마를 입고 매우 갸름한 허리를 가지고 있다. 한 양반이 기생과 함께 춤을 추는 것으로 보아,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추는 '허튼 춤'을 추는 것으로 생각된다. 설마 조선의 양반이 춤에 일가견이 있어 기생과 함께 춤사위를 맞추지는 않을 것이다. 설마가 설마가 아닌 경우도 있지만... 


한쪽에서 연주를 하는 악공들을 살펴보면, 해금, 피리, 피리, 장구를 연주하고 있다. 해금 연주자는 기분이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는다. 약간 찡그린 얼굴을 하고 있다. 더운 여름 때문일까? 연주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일까? 아니면 피리를 부는 사람이 피리를 너무 힘차게 부르기 때문일까?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한다.


그림에서 나타난 것을 살펴 보았는데, 좀 더 이 그림에 대해 생각해 보자. 

이 그림을 과연 누구를 위해 그렸고, 누가 이 그림을 감상했을까? 분명 사대부만을 위한 그림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혜원전신첩에 들어 있는 그림 중에서는 그 당시의 유교이념에 배척되는 내용도 많기 때문이다. 또한 양반들의 근엄함이 아닌 인간으로서의 모습을 그렸기에 사대부를 위한 그림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다. 이런 점에서 신윤복의 그림은 일반 서민 혹은 영정조 시대에 성장한 부유한 서민계층을 위한 그림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판단하고자 한다.


이 그림을 감상했던 사람들은 어떤 것을 보고 어떤 것을 생각했을까? 그런데 보는 것은 단순히 보는 것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보고 어떤 생각을 하는 것은 그 시대에 통용되는 사고방식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우리가 농촌에서 흙을 보아도 그냥 흙이라고 생각되지만, 과거의 사람들은 그 흙을 보고 어떤 흙인지 또 농사가 잘 될지 안 될지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그림을 그 시대의 일반서민이 보았다면... 분명히 양반에 대한 믿음-양반은 근엄하고 도덕적이다 등의 관념이 부서지게 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신윤복의 그림은 단순한 풍속화가 아니라 시대를 앞서 선구자적인 안목을 가진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