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 YOUR LIFE

겨울이지만 봄의 기운이 가득한 오늘 신윤복의 상춘야흥을 살펴보고자 한다. 상춘야흥(賞春野興], 상춘이란 봄의 경치를 구경하고 즐기는 것을 뜻이다. 결국 봄이 여문 들판에서 여흥을 즐기다라는 뜻이다. 야흥[野興]이라고 해서 집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이 그림의 하단부를 보면 돌로 쌓은 축대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야외에서도 이런 축대가 있으면서 연못이 있는 곳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따라서 꼭 야외라고 할 수도 없고 어느 양반집 후원이라고 하기에도 어렵다. 중요한 것은 실내가 아니라 경치가 좋은 곳이라는 것이다. 정확한 위치는 이 그림의 주인공과 신윤복만 알 수 있을 것이다.

 

 

 

계절적으로는 상춘야흥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봄이다. 또한 진달래가 여기저기 피어 있음을 볼 때 그러한 해석에 틀림이 없다. 그림을 좀 더 살펴보면, 이 그림에는 여러 사람들이 등장하고 있다. 음악을 연주하는 악공이 3명이 있고, 음악을 감상하는 양반이 두 명이 앉아 있다. 그리고 양반 옆에는 기생 두명이 앉아 있다. 이외에도 악공의 동료로 보이는 두 사람과 술을 나르는 여인이 보이고 있다.

 

 

어떤 상황일까? 그림의 구도를 보았을 때, 가운데 앉아서 음악을 감상하는 사람이 주빈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상석을 양보하는 것이 통례이며, 초대한 사람은 물러나 앉아 있지 않은가? 그리고 오른팔의 소매를 걷어 붙이고 음악을 감상하는 모습이 음악에 빠져 든 것으로 보인다. 이 양반은 단순한 양반이 아니고 당상관이상의 양반으로 생각된다. 그 근거로서 도포 위에 두른 세조대(띠)가 자색이기 때문이다. 과거 조선시대 당상관이상만이 세조대의 띠를 홍색이나 자주색으로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런 것은 왼쪽에 물러나 있는 양반의 세조대에서도 확인 가능하다. 

 

 

악공들의 모습을 살펴보면, 왼쪽부터 대금, 해금, 거문고가 보이고 있다. 해금연주자는 거문고 연주자를 보면서 잠깐 멈춰 있는 것으로 보이고, 대금 연주자는 열심히 자신의 연주를 계속하는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재미있는 것은,  술을 나르고 있는 여인이다. 작은 게다리 소반에 술이 올려져 있고, 하나의 잔과 찬이 들어있는 그릇이 보이고 있다.  여인의 방향으로 보아서 가운데 있는 주빈에게 향하는 모습이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전체적인 그림 크기에 비해 이 여인은 비정상적으로 작게 그려져 있다. 이외에도 이 그림에는 음악을 다소곳이 앉아서 감상하는 한명의 기생과 담배를 피우는 있는 기생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봄의 경치를 야외에서 음악과 함께 감상하고, 여기에 추가하여 한잔 술잔이 있으니 얼마나 기분이 좋았을까? 이런 그림과 비슷한 것이 신윤복의 청금상련이라는 그림이 있다. (청금상련 링크) 두 그림을 비교해서 감상하는 것도 신윤복의 그림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된다. 다가오는 봄 날, 이 그림의 주인공처럼 상춘야흥하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든다.